최인훈 <구운몽>중에서

오늘날의 일들은 이미 90년대에 최인훈이 예견한 것이었다.

이 모든 일들이 꿈속의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.



얼마나 좋을까

이 비뚤어진 노래를

그만 부를 수만 있다면

정말은 내 맘은 저

어여쁜 종다리처럼

뛰놀고 싶은데

높은 산 꼭대기에서 눈을 밟고

울어대는 짐승처럼

 

너와 더불어

노래부를 수 있다면

 

얼마나 좋을까

붉은 해가 불끈 솟는

바닷가에서

사랑하는 여자의

가슴을 물어뜯으며 아무

꾸밈도 없이

사랑을 속삭일 수 있다면

 

얼마나 좋을까

우람하지 못해도 좋은 내

나라의 호수 속에서

검은 햇바퀴 비치지 않은 하늘을

볼 수 있다면

호수보다

깊고

사랑스런

너의 눈을

들여다보며

너를

사랑할 수 있다면

 

얼마나 좋을까

 

거짓말하는 사람들이 없어진

거리에서

아카시아

꽃처럼 향그런 맘씨와

늦가을

시뿌연 옥수수

뭉치처럼 청결한

체구 가진 처녀에게

장가들 수 있다면

 

그리고

아무리 타일러도 제 버릇

개 못 주는

나쁜 자식들을

하느님께서 모조리

붙들어 가시고

우리들에게 한가위

잔칫술처럼

진한

기쁨을 보내

주신다면

 

그럴 테지 우리 손으로

해야 할 테지 나는

알고 있다

하느님은

 

지금

니들이 가신 것을

그러나 우리

앞을 막는 어두운 벼랑

이 너무나 튼튼한 벼랑 우리의

아이들은 이 벼랑 너머에

설 수 있을 것인가 정말

그렇게 될까

 

그 어두운 벽

때문에 우리의

성대는 중풍장이

다리처럼 뒤틀리고

혓바닥은 비뚤어졌다

저 옛날

얘기의 개구리는 울음 한 번에

구슬 하나씩 뱉었는데 미물보다

나은 우리의 말

한마디에 독버섯 하나씩을

토한다 내 마음은

그렇지 않은데

 

나를 배반하는 혀 내

말을 듣지 않는 혀 이

비뚤어진 노래를 그만

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

 

좋을까

하느님 우리

입술에서 검은

낱말들을 거두어

주십시오 우리의

혀를 바로잡아

주십시오 될 수

있으면 우리만 말고 저 나쁜

자식들도 한번 더

타일러

주십시오

지금 곧

아니라도 좋습니다 우리는

당신이 지금 나들이

가신 것을

압니다 당신이 집을

비운 사이에 일어난

일까지 갚으라고는

안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

책임입니다 우리는

싸울 것입니다 이 벼랑에 다이너마이트를

꽂아서 한 조각씩이라도 깨뜨려

보겠습니다 다만 하느님 나들이에서

돌아오시는 대로 우리를 도와

주십시오 하느님 정말

부탁합니다

믿겠습니다